제1장 고대 지중해 세계

Meditterranean
the Meditterranean

 

1. 지중해 세계의 자연적·역사적 성격 (1)

우리가 흔히 그리스·로마 시대의 동의어로 사용하는 고전고대라는 표현은 독일 낭만주의 운동이 탄생한 18세기 말에 만들어졌다. 그리스·로마 문학을 본받아야 할 고전으로 간주했던 가치관과 역사의식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 후 약 2세기 동안 유통되는 과정에서 이 개념은 원래의 문화사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한편 일부에서는 고전고대를 고대사 전체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주로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 역사서술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들은 그리스·로마 세계만으로 고대 사회를 대표케 하면서 소유권 형태, 생산 방식, 사회 구성체의 본질적인 차이를 바탕으로, 이를테면 오리엔트 문명에는 아시아 사회라는 지리적 명칭을 적용했다. => '고전고대'는 원래 '그리스·로마시대'의 동의어로서 고대사회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았으나 점차 고대사 전체를 '고전고대'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동양 문명'을 '아시아 사회'라고 부른다.
따라서 고대 오리엔트 문명은 고대 역사의 창시자라는 주체적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리스·로마 세계=고전 고대=고대 사회'라는 개념이 서구 중심주의의 편견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게 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고전고대라는 용어의 생성과 유통 과정에서 이러한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인지 최근 그리스와 로마 세계를 지칭하는 지리적 용어인 '지중해 세계'를 사용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그리스·로마 시대를 파악하는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즉, 이 지명의 적용은 그리스와 로마가 고대 사회의 유일한 리더가 아니라 다른 지역과 대등한 고대 세계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이름은 그리스-로마 역사의 전반적인 성격을 규정한 자연조건을 내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여름에는 고온건조하고 겨울에는 온난습윤한 기후, 큰 하천이 적고 빗물이 오랫동안 토양에 머물지 않아 밭농사를 지을 수 없는 토양조건, 지중해 지역은 돌이 풍부하고 목재가 부족한 점 등은 지중해 연안 지역이 공유하고 있던 자연조건이다. 그곳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 특성을 형성하는 주요 결정 요인이었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근대 이후에도 지중해 지역이 종교적 차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고유한 삶의 방식과 가치 체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한 고대에는 기술 수준과 보안 수준으로 인해 여건상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육로가 아닌 바다를 통하는 게 훨씬 더 쉬운 교통수단이었다는 점과 결합하여 지중해 해안 주민의 정착 및 이주 패턴,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지중해를 세계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강한 해양성을 띠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플라톤이 그의 '대화편' 중 하나에서 그리스인을 "연못가의 개미와 개구리들"에 비유한 것처럼 그리스-로마 세계의 정착민들은 동쪽의 흑해에서 지브롤터 해협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전역에 흩어져 있었다. 서부에서는 특히 문화 및 정치 중심지가 일반적으로 해안에서 몇 마일 이내에 위치했습니다. 또한 지중해의 압도적인 자연 조건이 해안 정착지 사이의 상품 교환을 용이하게 하여 고대의 다른 어느 곳보다 더 활발한 상품 및 통화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점이었다.
 
한편, 지중해 세계의 개념은 동질성과 연속성을 지닌 역사적 단위로서 그리스와 로마사를 고찰하고 그 역동성을 포착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선 지중해 동부의 한 귀퉁이에서 작은 문명으로 시작된 이 역사가 외해(內海)처럼 지중해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제국으로 확장되는 리듬을 보여주기 때문이고, 둘째, 그 과정에서 지중해 주변의 다른 지역 및 다른 문명들과의 관계는 그 역사에 내재되어 있거나 전형적인 제도와 이데올로기(예: 시민 공동체, 민주주의, 노예제와 자유)의 발전에 거의 칠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구조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서양사강의』, 배영수 엮음, 한울 아카데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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