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난임이라니 첫 번째 이야기
풍진주사는 처음이야. 임신전 검사도 처음이야. 노피임도 처음이야.
난임도... 처음이야!
곰곰 생각해보면,
난임이 다른 사람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왠지 내 건강에 자신이 없었다고 할까.
잔병치레가 잦은 편이었다.
병원 가서 검사 해보면 이상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데
자주 아픈 케이스.
기관지가 약하고, 면역력이 약하고,
이 두 가지는 어느 게 먼저인지 선후관계가 불확실하다.
기관지가 약해서 계절마다 고생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면역력도 낮아지는 건지
애초에 면역력이 낮으니까 기관지로 병이 오는 건지.
뭐 아무튼.
주변에서 난임이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꽤 많았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평소에 몸이 안 좋아보인다거나 생활습관이 무척 나쁘다거나 그래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나도 언젠가 아이를 가지려고 하면 난임일 수도 있겠구나,
난임이려나,
난임일 것 같아,
그런 걱정을 가끔 했다.
그래도 정말로 난임일지는 몰랐다.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 내가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도 조금 놀랐지만 뭐랄까,
나보다 어린 사람(심지어는 대학생마저!)만 보면 그렇게 귀엽고 기특하고 대견해 보일 수가 없었다.
밝고 건강하길, 길에서 지나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말:-)
만 31세에 결혼했고, 어쨌든 한국나이로는 33세이니 뭔가 조급해져서
결혼 한 달 전에 혼자 산부인과를 찾아가 임신준비를 위한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의사선생님 왈, 요즘은 (특히 도시 여성들) 임신 나이가 평균 35세인데 뭘 벌써부터 걱정하냐고, 걱정 안해도 되고 이런 검사도 안해도 된다고.
그래서 진짜로 검사를 안해주셨다;;
대신 풍진*은 미리 맞아두면 좋으니 맞으라고.
그렇게 끝.
선생님 말을 들으니 내가 평소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또 괜히 유난을 떤건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서 말했듯이) 내 건강에 딱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검사를 안 한 게 찝찝하기도 했다.
결혼을 했고,
허니문을 노려봤으나 하필 생리가 바로 터져서 그 달은 포기.
피임약으로 생리 주기 바꿔서 허니문을 노려볼까도 잠깐 생각했었는데
내 몸에는 피임약이 들어오면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걱정에-.-; 먹진 않았다.
어쨌든 결혼 후에 단 한 번도 피임한 적이 없다.
물론 배란주기를 맞추기 시작한 거는 결혼하고 6개월 정도는 지난 후였던 것 같다.
그것도 막 엄청 정확히 맞추고(예를 들면 체온 재기, 배란테스트기 쓰기 등) 그런 것은 아니었고
생리일정이랑 대충 계산해서 이때다 싶을 때.
아닐 때도 꾸준히 하려고 했고.
아무튼, 안됐다.
임신이 안됐다.
이게 난임인가 했다.
*풍진주사는 생균을 주입하는 거라 맞고 나서 3개월(의사마다 좀 다르다)은 피임을 해야 한다. 보통 풍진항체 검사를 먼저 하고, 항체가 없으면 풍진주사를 맞으라고 하는데, 나를 진료한 의사선생님은 굳이 검사비용 들일 필요 없다면서 바로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항체가 있더라도 또 맞아도 되는 주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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