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에 걸린 미키마우스가 쳐다봤다. 눈물샘은 창틀에게 맡겨두고 조금씩 꺼내서 울자. 귀는 들리지 않겠지, 혹시 모르니까 울음소리를 갈기갈기 찢어 발기자. 소리 조각들은 형광등에 데여 가루가 되고 나방의 날개처럼 이따금씩 방안에 꽃가루마냥 흩날렸다.
못에 걸린 구석의 앵무새는 쳐다보지 않았다. 등 뒤에서 눈알 구르는 소리가 또로록 났다. 고무장갑 낀 손으로 앵무새를 떼어냈다. 때 탄 직선 네 개랑 또로록 소리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색이 바래지 않은 네모에 머리를 쑤셔 박고 또로록 소리를 냈다. 고무장갑 낀 손은 내가 뾰로롱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못마땅 했다.
나보다 뾰로롱 소리를 더 잘 내는 현관의 벨이 예기치 않게 울렸던 날 그가 '그'가 되기 전에 우리 집으로 퇴근했던 날 나는 혼자 있었다. 우리는 그저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랑 나랑 배탈이 났던 날이었다.
쟤는 원래 그렇고 그런 애란다. 그렇고 그런 애가 그렇고 그런 시를 쓰는데 그렇고 그런 게 당연하지.
이제 막 내장을 파 먹히기 시작한 사슴의 눈알이 기억났다. 미키마우스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얀 타원형의 소용돌이가 이끼처럼 눌어 붙어있는 내 눈알을 문질렀다. 손가락에 입김을 불었는데 자꾸만 도중에 말라버렸따. 혀를 잘라서 닦았더니 눈알은 온통 그대로여도 혀는 그날따라 기분이 좋았다.
엄마, 내 입안이 맵싸해요. 그건 네 혀가 반뿐이기 때문이잖니. 발목에서 올라오는 까만 연기를 마셨기 때문인가요. 날 묶었던 손가락들을 위해 뾰로롱 소리를 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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